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다음 주 한국을 방문한다. 외교부는 오는 14~15일 그로시 사무총장이 조현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원자력 안전과 기술 협력은 물론 북핵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관련한 ‘핵연료 사찰’ 체계 논의가 동반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비확산 원칙과 안전 관리의 틀이 어디까지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로시 사무총장, 14~15일 방한…조현 장관과 면담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박일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이 조 장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15일 오후 그로시 사무총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만남에서 양측은 중동 등 글로벌 이슈와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고, 원자력 안전 및 기술 협력 방안도 함께 다룰 계획이다. 외교부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온 국가인 만큼, 핵잠 도입 과정에서도 IAEA와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잠 도입 논의와 ‘IAEA 사찰’ 쟁점…초기 소통 성격
특히 이번 방한은 한국의 핵잠과 맞물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외교부 당국은 핵잠 건조를 위해서는 핵잠에 들어가는 핵연료에 대한 IAEA의 사찰을 보장하는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즉, 핵잠 추진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핵연료 관리·검증 체계가 어떤 형태로 마련될지—사찰 범위와 방식, 적용 절차—가 핵심 쟁점이 된다.
다만 외교부는 한미 간 핵잠 관련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을 계기로 이뤄지는 소통은 “초기 협의 성격”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일정 단계별로 국제 검증 체계를 구축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즉, 기술·산업 협력의 단계가 앞서더라도, 국제원자력 체제 내에서의 투명성 확보는 별도의 절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완전 이행” 강조하는 외교부…비확산 신뢰 확보 관건
외교부는 한국이 NPT 의무를 “완전히 이행해온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런 표현은 단순한 원칙 천명에 그치기보다, 향후 핵연료 관련 검증 논의에서 한국이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핵추진 기술 자체가 군사·안보 영역과 연결되는 만큼, IAEA의 사찰 체계가 어느 수준까지 적용되는지에 따라 국제사회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IAEA의 역할은 원자력 이용의 안전뿐 아니라 핵 비확산 체제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이번 면담에서 안전·기술 협력 논의가 병행되더라도, 핵잠과 관련된 사찰 협정의 필요성 및 방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될지—혹은 적어도 “논의 프레임”이 정리될지—가 관측 포인트다.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 취임 이후 세 번째…협력 지속 시그널
그로시 사무총장의 한국 방문은 지난 2019년 12월 취임 이후 세 번째다. 외교부는 이번 방한이 단발성 현안 대응이라기보다, IAEA와 한국 간 협력 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시사한다. 특히 북핵을 둘러싼 긴장 국면에서 IAEA의 정보·검증 기능은 국제 공조의 중심축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다만 핵잠 분야 논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외부로 공개되는 협의 범위와 구체성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 수장의 방한이 ‘초기 소통’ 단계라도 이뤄지는 것 자체가, 향후 협정 협의 및 실무 논의가 머지않아 본격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이 다음 단계인가…사찰 협정 논의와 한미 선행 조율
앞으로 가장 먼저 주목할 대목은 한국이 핵잠 도입 관련 절차를 어떤 순서로 밟아갈지다. 외교부 설명대로 한미 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면, IAEA와의 소통은 그 기반 위에서 실무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즉, 사찰 보장과 관련한 ‘협정’의 방향이 정해지면, 이후에는 범위 설정과 적용 방식(핵연료 관련 관리, 검증 절차 등)에 대한 더 구체적인 테이블이 열릴 수 있다.
또한 IAEA와의 협의 결과는 국제사회 설득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확산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국가의 안전과 기술 역량을 균형 있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 기간 중 양측이 안전·기술 협력만 강조할지, 아니면 핵잠 관련 논의를 어느 정도까지 공식 의제로 다룰지에 따라 후속 일정과 파장이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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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사무총장 방한이 단순한 의례 방문이 아니라 핵잠수함 도입 논의와 맞물린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한국이 NPT 체제 내에서 어떤 외교적 접근을 취할지 관심이 가요.
핵잠수함 도입 논의가 NPT 체제 내에서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국제사회 설득 과정이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사찰 협정의 범위와 방식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국제 신뢰 확보의 핵심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