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집속탄과 전자기(EM P) 관련 무기, 발전·송전 설비 무력화를 노린 ‘탄소섬유탄’까지 포함한 각종 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사흘 동안 이른바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이 이뤄졌으며, 특히 축구장 10개 면적에 해당하는 표적 구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전문가와 군 당국이 긴장하는 지점은, 이런 탄종이 실제 운용될 경우 ‘발사 후 지상 타격’이 아니라 ‘공중에서 요격’이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속탄·자탄 위력 시험…“표적 면적 확대” 주장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고도에서 탄두를 폭발시켜 다량의 작은 탄(자탄)이 떨어지는 방식의 집속탄 ‘산포전투부’ 성능을 평가했다. 북한이 제시한 결과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방송은 북한이 집속탄이 목표 지역(6.5~7㏊)을 초토화할 수 있는지를 “확증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숫자로 환산하면 축구장 약 10개 면적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일반적인 집속탄의 피해 면적보다 훨씬 넓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북한이 집속탄 운용과 연계해 사용했다고 거론한 발사체(‘화성-11가’형)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계열과 유사한 외형·개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이스칸데르 계열은 다양한 전술탄두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집속탄 전력화’가 현실화될 경우 대응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탄소섬유탄과 EMP탄…표적은 “전기·통신망”으로 이동
북한이 내세운 시험 항목 가운데는 상대의 전력 인프라와 전자기 환경을 겨냥한 무기가 포함돼 있다. ‘탄소섬유탄’은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한 자탄을 살포해 송전소·발전소를 무력화하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전력 설비가 공격 목표가 되면 군사적 타격뿐 아니라 민간의 생활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어, 그 파급력이 커진다.
이와 함께 ‘EMP탄’(전자기파를 방출해 전자기기·통신망·레이더 등을 마비시키는 무기)도 함께 시험했다고 북한은 밝혔다. EMP 성격의 무기는 폭발 충격 자체보다 전자기적 교란을 통해 장비를 무력화하려는 데 초점이 있다. 만약 이런 무기가 실제 상황에서 전개된다면, 레이더·지휘통신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방어 체계의 ‘시간’과 ‘정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군은 “공중 요격 능력” 강조…한미 미사일방어망 언급
이 같은 무기시험이 갖는 의미는 한국군의 방어 전략과 직결된다. SBS 보도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관련 보도를 포함해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만약 북한이 집속탄이나 탄소섬유탄, EMP탄 등을 한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탄두에서 자탄이 뿌려지기 전에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제기된다.
군 당국의 입장은 한미의 미사일 방어망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고고도·중고도·저고도 등 다양한 고도 구간에서 요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데 있다. 즉, 방어 체계의 ‘계층화’(다중 고도 요격) 능력이 이른바 ‘자탄 살포형 전술’을 무력화하는 핵심 고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술 무기 고도화와 “대응 시간”의 문제
최근 북한 무기 관련 보도들은 단순 탄종 나열을 넘어, 실제 타격 시나리오에 가까운 형태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집속탄은 다수 자탄이 넓은 구역으로 분산돼 지상에서의 탐지·차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탄소섬유탄은 전력 인프라를 겨냥해 ‘기능 마비’를 유도할 수 있다. EMP탄 역시 통신·레이더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방어의 전제인 탐지·지휘가 흔들릴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때문에 군사적 관건은 ‘무엇을 쏘느냐’만이 아니라, 실제 운용에서 어떤 고도·비행 단계에서 어떤 형태로 전개되는지에 달린다. 방어 체계는 발사 직후 탐지와 식별, 요격 판단, 그리고 동시다발 위협에 대한 다중 타격을 수행해야 한다. 즉, 전술 무기 고도화가 이뤄질수록 한국과 동맹의 방어는 더 촘촘한 시간축에서 작동해야 한다.
한국은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요격 훈련·경보체계 점검
향후 당국과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할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북한이 이번 시험에서 주장한 성능이 실제 전력으로 연결되는지(전술탄두의 신뢰성·운용 안정성) 여부다. 둘째, 실전 배치 단계에서 공중 요격을 가능하게 하는 요격 자산의 가용성, 탐지·교신·통제의 지연 문제, 그리고 저고도 위협에 대한 방어 성능 검증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지는지다.
또한 집속탄·탄소섬유탄·EMP탄 같은 ‘다영역 교란형’ 위협은 단일 대응으로 끝나기 어렵다. 방공·미사일방어뿐 아니라 전력망 복구, 통신 두절 상황에서의 백업 체계, 민간 피해 최소화 절차 등 종합 대비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북한이 무기 시험을 이어가며 전술적 스펙을 확장하는 가운데, 한국은 기술적 대응만큼이나 경보-대응 체계의 신속성과 동맹 협력의 정합성을 점검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표가 실제 전력화의 신호인지, 또는 특정 위협 시나리오를 위한 단계인지가 앞으로의 관측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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