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하루 1만건 넘게 쌓이는 가운데, 경찰이 수사 업무의 일부를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하는 ‘수사지원AI’ 고도화를 추진한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11월 서비스를 목표로 총예산 46억5천900만원을 투입해,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조서 질문 추천과 수사결과통지서 초안 작성, 증거자료 분석 보조 등을 강화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한다.
하루 1만건 돌파…“인력으로만 해결 한계”
경찰은 현장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보고 AI를 ‘보완재’이자 ‘수사 보조관’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고발을 전건 접수하는 수사준칙 개정안 시행(2023년 11월) 이후 사건 접수가 폭증했다. 경찰 접수 사건은 전건 접수 전 2023년 260여만건에서 2024년 305만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20여만건(약 2년 새 23.1% 증가)까지 확대됐다. 업무일 기준으로는 하루 1만건을 훌쩍 넘는 규모다.
경찰은 단순 판례 검색 수준을 넘어 실제 수사 절차에서 반복되는 문서 작성과 분석 업무까지 AI가 맡아 시간을 절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 AI 사용에 따른 수사정보 및 피해자 신원 유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은 자체 개발 모델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KICS 연동…조서 질문·수사결과통지서 초안까지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킥스)과 연동해 수사지원AI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시스템은 판례를 제공하고 영장 신청서 초안을 작성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이번 고도화 사업에서는 문서 생산과 조사 지원 기능을 핵심으로 확장한다.
새롭게 추가될 기능에는 피의자·피해자 정보, 죄종, 송치 여부 등 사건의 특성에 맞춰 수사결과통지서 초안을 자동 작성하는 기능이 포함된다. 또 동종 사건의 조서를 분석해 피의자 조사에서 던질 질문 내용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개발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이 수사관이 매번 처음부터 구성해야 했던 ‘양식·구성’의 시간을 줄여 현장 업무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거·진술 분석 자동화…OCR·STT·요약 포함
고도화 과정에서는 증거자료 분석의 자동화도 강화된다. 경찰은 각종 조서와 보고서를 바탕으로 범죄일람표와 타임테이블 초안을 작성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PDF나 사진 형태의 자료에서 텍스트를 추출하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녹음 파일의 텍스트 변환 및 요약(음성 텍스트 변환, STT)을 포함해 장시간 진술을 정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은 신종 범죄 대응을 위해 계좌·전화번호·소셜미디어(SNS) 등 분산된 단서를 AI가 빠르게 비교·분석해 동시다발적 사건의 신속한 병합과 이송도 지원하도록 기능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검증·책임 문제는 과제…전문가 “확인 과정 필요”
수사 자동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효율성 측면의 기대는 인정하면서도,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철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기계적이고 중복되는 작업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AI를 100%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확인 과정을 거치며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투입·업체 모집…11월 서비스 개시 목표
경찰청은 이번 고도화 사업을 위해 올해 11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업체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총예산은 46억5천900만원이며, 기존에 도입된 수사지원AI의 성능을 확장해 자동화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제안요청서에서 사건 접수·처리의 구조적 증가를 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사업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AI 생성 문서와 추천 질문이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수사관이 검토·수정하는 절차가 어떤 방식으로 정착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AI가 보완 역할을 수행하도록 운용 지침을 마련하고, 유출 방지 등 보안 체계 역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편, 이번 경찰의 AI 고도화 추진은 ‘행정·사법 업무의 자동화’가 더 이상 단순 실험을 넘어 현장 적용 단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건 폭증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사 효율과 인권·책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업그레이드 성과가 향후 제도화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댓글 1
수사 조서 초안까지 AI가 작성해준다면 수사관들 업무 부담이 많이 줄겠죠. 다만 AI가 작성한 내용을 사람이 꼼꼼히 검토하는 절차는 꼭 갖춰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