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비교한 최신 연구가 “한국의 근시 문제는 구조적으로 더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특히 18~39세 젊은 층에서 근시 유병률이 한국은 75.8%로 미국(45.6%)보다 크게 높았고, 시력 상실 위험을 키우는 고도근시 비중도 한국이 더 높다고 밝혔다. 근시를 단순히 ‘생활 습관의 불편’으로 보지 말고, 향후 세대의 중증 시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미국 비교에서 드러난 “젊을수록 더 큰 격차”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안과학(Ophthalmology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된 연구는 아일랜드 더블린공과대와 김안과병원 공동 연구팀이 한국(3만873명)과 미국(1만2천661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근시는 눈의 굴절에 이상이 생겨 상이 망막 앞쪽에 맺히면서 먼 거리가 흐려지는 질환으로, 방치될 경우 단순 시력 저하를 넘어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는 연령대별로 근시 유병률의 패턴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40세 이상에서는 근시 유병률이 한국 40.8%, 미국 38.4%로 비교적 비슷했지만, 문제는 젊은 층이었다. 18~39세 근시 유병률은 한국 75.8%, 미국 45.6%로, 한국이 미국 대비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은 전 연령대에서 근시 비율이 완만하게 유지되는 반면, 한국은 청소년기부터 근시가 시작돼 비율이 빠르게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력 손실 위험도 “구조적으로 더 가파르다”
연구팀은 근시의 유병률 차이뿐 아니라, 진행 속도에 따른 시력 손실 위험 구조도 비교했다. 근시가 1디옵터(d)가 악화될 때 한국인의 시력 손실 위험이 41%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같은 조건에서 미국은 27% 증가로 나타났다. 즉, 단순히 ‘근시가 더 많다’에 그치지 않고, 같은 정도의 진행에서 한국이 위험이 더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향후 중증 합병증 부담을 가늭하게 하는 요소로 고도근시의 비중이 언급됐다. 고도근시는 눈이 과도하게 길어지면서 망막과 시신경 등 구조적 손상이 누적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망막박리, 근시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실명 위험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연령대별 고도근시 비율은 6~9%로, 미국(2~4%)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교육환경·야외활동 부족”
연구팀은 이러한 격차가 단순 유전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한국의 교육 환경과 생활 습관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터뷰에서 백승희 안과 전문의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극단적으로 낮은 야외 활동 시간이 청소년기의 눈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근거리 작업(공부·화면 사용)의 누적과 야외에서의 빛 노출 부족이 결합되면 근시 진행이 촉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분석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력 퇴행 문제를 넘어, 젊은 세대에서 중증 진행이 누적될 경우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공중보건 이슈로 확장한다. 연구팀은 “지금의 청년 세대가 60~70대가 되었을 때 겪게 될 시력 손실의 부담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방과 조기관리: 야외시간·근거리 조절, 그리고 정기검사
전문가들은 근시 예방을 위해 생활 환경의 변화를 강조한다. 첫째, 어릴 때부터 햇볕 아래에서 뛰노는 시간을 늘려 눈이 ‘멀리 보는 거리’의 자극과 자연광 환경에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공부나 화면 시청 등 근거리 작업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미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에는 증상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 특히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눈에 평소와 다른 이상이 생겼는지 주의하고, 시력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1년에 한 번 정도는 망막단층촬영(OCT), 안저검사, 안구 길이 검사 등을 통해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권고된다. 또한 “시야 한가운데가 갑자기 뚜렷하게 보이지 않거나 어둡게 보이는 등” 시력 저하가 느껴지면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공공 정책과 학교·가정 기반 개입
이번 연구는 ‘근시 유병’ 자체를 넘어 젊은 층에서의 높은 발생률과 진행에 따른 위험도 상승, 그리고 고도근시 비중이라는 중증 요인을 동시에 보여준다. 향후 보건당국과 교육 현장에서는 야외활동 확대, 눈 건강 교육 강화, 정기검진 접근성 개선 같은 정책적 해법이 논의될 여지가 커졌다.
당장 필요한 것은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근시 진행을 늦추는 생활·교육 환경 개입의 실효성을 축적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널리 공유되는 만큼, 학교와 가정에서의 야외활동 습관화, 근거리 작업 시간 관리, 그리고 조기 시력검진 체계의 강화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 추적하는 작업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