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가 함께한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을 열고 중동 정세 등 대외 위기 상황을 이유로 초당적 협조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국면일수록 내부 단합이 중요하다며, 26.2조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추경’(전쟁 피해 지원 및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의 적시 집행에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개헌 추진과 관련해서도 “헌법 개정이 늦어져 안 맞는 옷처럼 됐다”고 강조했다.
“위기일수록 단합…전쟁추경 적시 집행”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이 “상당히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외부 충격이 커질수록 “내부적 단합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추경의 취지를 설명하며 조속한 처리 필요성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지점은 추경 재원과 관련한 논쟁이었다. 그는 재원을 “경제 회복으로 늘어나는 세수”로 마련한다는 점을 들어, 야권에서 제기하는 ‘퍼주기’ 논란을 적극 해명했다. 또한 전쟁 피해 지원금을 두고 ‘현찰 나눠주기’ 같은 표현이 과하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지원이 목적과 방식 면에서 정당하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개헌엔 “헌법이 시대와 불일치”…계엄 요건 강화도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헌법이 개정된 지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나 안 맞는 옷처럼 돼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주장뿐 아니라 부마 항쟁 정신을 함께 수록해야 한다는 야당 측 요구에 대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계엄 제도와 관련해서는 계엄 요건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날 발언은 개헌의 구체적 문구나 절차를 즉시 확정하기보다는, 정치권이 다가오는 국면에서 ‘합의의 방향’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읽힌다.
여야는 민생·정치 현안을 놓고 충돌…추경 세부항목도 쟁점
회담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참석해 입장을 주고받았다. 장 대표는 “정치 역량을 민생에 집중할 때”라고 하며 국정 운영 기조의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조작기소 국정조사 같은 의혹·수사 공방이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반면 정청래 대표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여야가 같은 마음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조작기소’ 관련 진실 규명 필요성은 분명히 했다. 인혁당 사건을 예로 들며 거짓 증거 조작을 통한 기소가 남긴 상처를 언급했고, “명명백백하게 거짓이 드러나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 내용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장 대표는 추경에 포함된 TBS 지원금이 추경 목적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는데, 정 대표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장 대표가 제기한 ‘중국인 관광객 짐 날라주기’ 사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중국 사람으로 한정돼 있으면 삭감하라”고 지시하면서, 예산의 공공성·대상 적정성을 기준으로 재점검할 뜻을 내비쳤다.
다음 단계는 ‘협조의 범위’…추경·개헌의 속도전 시험대
이날 회담의 핵심은 ‘위기 대응’과 ‘제도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서 여야가 어느 수준까지 합의·협조할지로 모아진다. 전쟁추경은 적시 집행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반복된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 항목 조정과 집행 속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개헌 역시 마찬가지다.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속도 경쟁과 사회적 숙의 요구가 맞부딪히는 가운데, 이날 이 대통령이 제시한 ‘전문 수록’ 및 ‘계엄 요건 강화’ 방향이 협상 의제로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시민사회가 동시 추진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향후에는 절차·정당성 논쟁이 국면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댓글 1
추경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면 각 사안에서 집중력이 분산될 것 같은데, 실제로 어느 쪽을 우선순위로 두는지 좀 더 명확한 로드맵이 나왔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