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다음 달 전면 파업 예고를 앞두고 법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인천지법에서 9일 열린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사측은 파업 기간에도 최소 공정 유지(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2항)를 요구한 반면, 노조 측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맞섰다. 법원은 양측에 공정별 근무 인원 등 추가 자료를 요구했으며 이르면 오는 24일 이전에 심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파업 직전, ‘최소 공정’ 범위를 둘러싼 싸움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심문기일은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가 진행했다. 사측(삼성바이오로직스)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쟁의행위 기간에도 원료·제품의 변질이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 규정은 파업 중에도 변질·부패를 막기 위한 ‘필수 작업’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사측은 이를 ‘최소한의 배양·정제 공정 유지’로 해석했다. 사측 변호인은 “배양·정제 공정이 하루라도 멈추면 단백질과 항체가 변질돼 전량 폐기해야 한다”며 “현재 하루 작업하는 배치가 100여 개에 달해 최소한의 공정이 멈추면 하루에 최소 6천4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파업 참여 불가로 만들어 헌법 침해”
노조 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의 박재성 지부장은 “사측 주장대로라면 배양·정제 공정의 노동자들은 사실상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공정 중단이 곧바로 ‘전량 폐기’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박 지부장은 “공정이 중단되더라도 즉시 전량 폐기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고객사와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며 사측이 제시한 6천400억원 손실 추정치가 과도하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사측이 “원만한 교섭 의지”를 밝혔다고는 했지만, 노조는 사측의 적극성이 부족했다고 맞섰다. 즉, 이번 쟁점은 단순한 손실 규모 다툼을 넘어 ‘필수 공정 유지’의 실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 결과 파업권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침해되는지로 옮겨붙은 양상이다.
지난 교섭 결렬, 파업 찬반투표 가결로 일정 구체화
이번 법정 공방은 노사 갈등이 교섭 단계에서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파업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본격화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양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총 13차례에 걸쳐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이후 지난달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조합원 95% 이상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 전면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쟁의행위를 막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공정별 필수 유지 여부’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충돌은 법리와 생산 현실이 맞물리는 국면으로 들어갔다.
법원의 판단 관건: 공정별 ‘변질·부패 위험’과 실제 중단 효과
법원은 양측의 주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요구했다. 공정별 근무 인원 등 구체적 운영 정보와, 최소 공정 유지가 실제로 어떤 범위에서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공정이 단계적으로 이어지고, 일부 단계가 멈출 때 연쇄적으로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사실관계 판단이 향후 결론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사측은 하루 생산 배치 규모(100여 개)와 ‘하루 중단 시 전량 폐기’라는 강한 주장으로 긴급성을 강조하는 반면, 노조는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방식의 해석이라고 반박하며 사측 손실 추정의 근거를 다투는 모습이다. 결국 법원이 어떤 공정이 제38조 2항의 ‘변질·부패 방지’에 해당한다고 볼지, 그리고 그에 따라 파업권이 어디까지 제한될 수 있는지를 결정할지 주목된다.
무엇이 다음인가: 이르면 24일 전후 결과…협상 재개 여부도 변수
재판부는 이르면 오는 24일 이전에 심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가처분 인용 시에는 파업의 형태와 범위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기각 또는 제한적 인용이 나올 경우 노조는 예고한 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번 사건은 생산 차질과 노동권을 둘러싼 해석의 문제인 만큼, 결과와 별개로 노사 간 교섭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사측이 ‘최소 공정 유지’라는 법적 틀 안에서 어느 수준까지를 양보할 수 있는지, 노조가 ‘단체행동권 침해’ 논리를 유지한 채 공정 참여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따라 향후 갈등의 온도는 달라질 수 있다.
댓글 3
삼성바이오 같은 바이오 기업 파업은 연구 일정이 딸려 있어서 일반 제조업보다 파급 효과가 더 클 수 있겠더라고요. 양측이 빨리 합의점을 찾길 바라요.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정은 한 단계라도 멈추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법원이 공정별 필수 유지 범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것 같아요.
13차례나 교섭을 시도했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운데, 파업 전에라도 마지막 협상 기회가 남아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