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5전 3승제 5차전 끝에 3-1로 제압하고 통합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트레블(컵대회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5차전에서 대한항공의 주장 겸 주축 공격수 정지석(31)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5차전에서 승부를 끝낸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 초반 기세를 탔다.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따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듯했지만,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2차전에서는 상대의 서브 아웃 판정 등을 둘러싸고 현대캐피탈이 오심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판세는 요동쳤다. 현대캐피탈은 곧바로 3·4차전을 잡아내며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결국 마지막 5차전은 대한항공이 가져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5차전 선발로 강승일 대신 베테랑 곽승석을 리베로로 투입하는 등 전술적 변화를 택했다. 또한 경기 중 호세 마쏘(등록명 마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현대캐피탈의 추격 흐름을 차단했고, 세트 스코어 3-1 승리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했다.
“모두가 MVP”라고 말한 헤난 감독의 팀 운영
우승 이후 대한항공의 사령탑인 헤난 달 조토 감독은 선수 개인보다 ‘팀’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모든 선수가 골고루 점수를 내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며 “MVP를 한 명 고르라고 하면 못 고를 것 같다. 모두 선수가 MVP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이번 시즌이 특정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팀 전체가 경기의 리듬을 함께 가져가도록 설계돼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헤난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트레블을 이끈 필립 블랑 감독에게서 자극을 받았고, 그를 모델 삼아 대한항공의 전술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10연승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선두권을 굳혔고, 막판 현대캐피탈의 추격을 뿌리치고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확보했다.
정지석 MVP, ‘필요할 때’의 득점이 승부를 갈랐다
시리즈의 중심에는 ‘캡틴’ 정지석이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지석은 1차전에서 15득점, 2차전에서 19득점을 기록하며 초반 1·2차전 승리에 디딤돌이 됐다. 다만 3·4차전에서는 팀이 패배하면서 정지석의 수치 역시 완전히 빛나지 못했다. 그는 4차전에서 19득점을 올렸지만 결과는 대한항공의 패배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지막 5차전에서 정지석은 팀이 필요한 순간에 득점을 연결했다. 5차전에서 11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고, 마쏘(17득점)·정한용(14득점)·임동혁(12득점) 등과 함께 팀 득점을 구성했다. 정지석은 챔피언결정전 MVP 투표에서 총 34표 중 17표를 받아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는 앞선 정규리그 MVP와 관련해 ‘집안싸움’ 가능성도 언급하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부상 변수와 선수 영입, 그리고 ‘트레블’로 귀결된 선택
이번 트레블에는 시행착오와 결정적 선택도 녹아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지석은 작년 12월 25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 전 훈련 중 오른쪽 발목을 다쳐 한 달여 코트를 비웠다. 그럼에도 복귀 후 컨디션을 끌어올려 정규리그 1위 굳히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팀의 핵심 공격 축으로 기능했다.
또한 헤난 감독은 외국인 주포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의 부진을 이유로 과감히 방출 결정을 내렸고, 그 자리에 미들블로커 마쏘를 영입했다. 감독은 마쏘를 시즌 후반 ‘특급 소방수’처럼 활용하며 어려운 국면에서 팀을 다시 세우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입과 전술 운영이 5차전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하며 트레블 완성의 마지막 퍼즐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는 아시아 무대…세계 클럽대회도 ‘관심’
대한항공은 우승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하게 됐다. 헤난 감독은 “선수들, 코치진 및 지원 스태프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참가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참가하고 싶고, 세계 클럽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승팀으로서 다음 대회에서 ‘국내 최강’의 흐름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5차전까지 가며 치열하게 전개됐다. 현대캐피탈은 3·4차전을 가져가며 추격에 성공했지만, 5차전에서 전술과 전력의 균형을 끝까지 살리지 못했다. 따라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의 반격 전략과, 대한항공이 마쏘 중심의 전개 및 팀워크를 국제 대회에서도 어떻게 확장할지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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