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호르무즈 해협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뒤, 베이징에서 유엔 및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현안을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차이웨이 중국 외교부 부장 조리(차이웨이 부장 조리)와 알렉산드르 알리모프 러시아 외무부 부부장은 전날 중러 유엔·안보리 업무 협의를 열고 국제 정세와 유엔 안보리 관련 사안, 국제·지역 현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두 나라는 다자주의 수호와 국제법 기반의 국제 질서 유지를 함께 강조했다.
호르무즈 ‘항행 안전’ 결의안, 표결서 좌절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해당 결의안은 중러 등의 우려를 반영해 ‘무력 사용 승인’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조정됐지만,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외교적 형식 회동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중러가 ‘안보리 틀’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결의안이 ‘무력 사용’ 조항을 제외했음에도 거부권이 행사됐다는 점에서, 양측이 실제로 문제 삼은 지점이 조항의 문구를 넘어 더 넓은 정치·안보 맥락에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자주의·국제법’ 강조…해결 방식은 엇갈릴 여지
협의에서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다자주의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제를 유지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한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국제 질서를 유지한다는 원칙도 함께 강조했다.
다만 두 나라가 같은 원칙을 내세우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보장이라는 구체 목표를 둘러싼 접근 방식은 계속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항행 안전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러한 조치가 특정 국가 또는 블록에 유리하게 작동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내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중러의 반대, ‘무력 사용’ 제외에도 왜?
이번 결의안이 무력 사용 승인 조항을 삭제하는 등 수정이 이뤄졌는데도 거부권이 행사됐다는 점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는 중러가 해당 사안에서 단지 ‘무력 사용’ 문구만 문제가 아니라, 결의안 전체가 담고 있는 안전 보장 프레임이나 실행 메커니즘, 혹은 사실상 특정 행동을 정당화할 소지가 있다고 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면, 호르무즈 해역을 둘러싼 위기 관리가 유엔을 통한 합의 구조가 아니라 각국의 독자적 대응이나 지역적 협의로 옮겨갈 위험도 있다. 이 경우 해상 물류 안정성과 안전 보장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원유·해상물류 변수로 번지는 불안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하는 핵심 해상 관문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안보리 차원의 갈등이 현실의 항행 환경 악화로 연결되면, 각국의 에너지 조달 전략과 금융·공급망 정책에도 즉각적인 압력이 작용한다.
예컨대 일본은 중동 정세 여파로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원유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 산하 금융기관(예: 국제협력은행, JBIC)을 통한 금융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검토되는 지원 규모는 총 1조엔(약 93조원)을 넘을 수 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 협력이나 아시아 비축 체계 정비 등도 함께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첫째, 호르무즈 해협 관련 유엔 안보리 논의가 재표결 또는 수정 결의안 형태로 다시 전개될지 여부다. 결의안 문구 조정이 있었는데도 채택이 막힌 만큼, 동일한 틀에서 다시 부딪힐 가능성과 보다 근본적인 합의안으로 이어질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
둘째는 중러가 강조한 ‘정치적 해결’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다. 안보리 제도권에서의 실무 합의가 이뤄질지, 아니면 외교적 협상으로 우회할지에 따라 해상안보의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는 호르무즈 이슈는 단기간에 가라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 표결 시점과 각국의 대응 속도를 함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댓글 1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안을 막은 뒤에도 다자 틀을 강조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유엔 체제 내에서 실효성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