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약 50년 만에 성사된 양국 최고위급 대면 회담이지만,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군함의 통과를 둘러싼 이란 측의 경고와 회항 주장까지 나오면서 긴장 수위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된 ‘종전’ 대면 협상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란 매체들은 파키스탄 시간 기준 오후 5시 30분께 “이란과 미국 측 협상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양측 대표단은 회담 직전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를 각각 만나 의제와 진행 방식 등을 조율한 뒤, 본격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장소는 이슬라마바드의 5성급 세레나 호텔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표단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끌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도 동행했다. 이란 측 대표단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포함하며, 전체 규모는 이란이 약 70명으로 전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측 대표단은 경호 인력을 포함해 약 300명 규모로 거론됐다.
이번 회담은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동석한 3자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며, 1979년 외교관계 단절 이후 47년 만에 열리는 최고위급 만남이자,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양국의 공식 대면 협상으로 평가된다.
‘레드라인’과 전문가 투입…협상 속도는 관측 엇갈려
이란 측은 협상 개시 전 파키스탄 샤리프 총리에게 전달한 조건으로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 ▲중동 전역에서 교전 중단 등을 제시했다고 보도됐다. 이들은 미국 대표단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이란 국영 방송이 협상 이후 “전문가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전하며 경제·군사·법률·핵 분야 전문가들이 협상장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양측 대표단이 약 2시간가량 대화한 뒤 휴식을 위해 잠시 회담을 멈췄다고 전했다.
한편 회담 기간 전망은 엇갈린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은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타스님 통신은 “현재 계획으로는 하루 동안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호르무즈에선 ‘군사 행동’이 먼저…이란 “경고받고 회항”
협상 테이블이 파키스탄에 깔린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군사적 신호가 충돌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군함 여러 척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해당 통과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으로 진입한 뒤 다시 아라비아해로 돌아 나온 형태였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또 이 통과가 이란과 조율되지 않았으며, “전쟁 발발 뒤 미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소식통들은 이번 작전이 상선의 항행에 대한 자신감을 북돋기 위한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미군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접근하려다 이란군의 즉각 경고를 받고 회항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이란군이 해당 구축함의 위치를 밀착 감시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 있는 자국 협상 대표단에 정보를 공유했고 대표단이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바가이는 해당 구축함에 “호르무즈 해협에 다시 접근하면 발포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재발 시 30분 내 타격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이 문제가 미국-이란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악시오스가 언급한 미군함들과 이란 외무부가 특정한 구축함이 동일한 대상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협상과 해상 행동의 ‘동시다발’이 의미하는 것
이번 국면은 협상과 군사적 긴장이 같은 시간대에 병행되는 모습이다. 전문가 단계로 넘어가고 양측의 ‘레드라인’이 교차하는 시점에서, 호르무즈 통과를 둘러싼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양국이 물밑에서는 협상에 임하되, 동시에 억지력과 항행권 문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고받는 양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 가운데, 미군의 해협 통과는 곧바로 ‘협상 영향’ 논쟁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 파키스탄이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이번 해상 사건이 협상 분위기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앞으로는 두 갈래의 지표가 중요하다. 첫째, 협상에서 이란의 동결자산 해제 및 교전 중단 조항이 얼마나 구체화되는지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대치가 추가로 발생할지 여부다. 양측이 상호 ‘조율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인 만큼, 향후 며칠간 항행과 관련된 실무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보도대로 이번 회담이 하루 안팎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 만큼, 협상 속도와 함께 양측의 공식 입장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파키스탄이 제공하는 중재 채널이 군사 현장에서의 신호를 제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긴장을 재점화할지가 이번 사안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댓글 1
협상 장소를 파키스탄으로 잡은 게 의미심장해요. 중립국에서 진행하면 양쪽이 체면을 지키면서 더 유연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